브리저튼 샬롯왕비 외전은 실화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인 만큼 시즌 1, 2에서보다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특히 흑인 여왕이 탄생한 부분과 레이디 댄버리의 과거 불륜 이야기, 게이커플도 등장해서 개인적으로 외전이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여성 서사도 더 탄탄하게 쌓았는데요. 넷플릭스 브리저튼 외전을 분석해보겠습니다.
브리저튼 샬롯왕비 실화
조지 3세 정신병
실제로 1700년대 대영제국 시기에 영국과 하노버의 왕이었던 조지 3세도 정신병을 앓았다고 합니다. 브리저튼의 작중 이름과 똑같은데요. 실제로 조지 3세의 왕비의 이름도 샬럿 소피 메클렌부르크슈트렐리츠로 독일식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브리저튼에서도 샬롯이 독일에서 온 것으로 되어 있죠. 조지 3세는 역사서에서 궁을 뛰쳐나가거나, 나무한테 말을 거는 행동을 해서 '미친 왕'이라는 말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브리저튼에서와는 달리 실제로는 50세 이후에 정신 질환에 시달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조울증이었을 거라고 역사학자들은 추측하고 있죠.
흑인 여왕
샬럿이 역사적으로도 흑인 여왕이었는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샬럿의 조상 중에 무어인(이슬람계)이 있었다는 것을 바탕으로 브리저튼에서 현대식으로 꾸민 것인데요. 초상화가 있긴 하지만 믿을 수 없는 게, 브리저튼에서도 조지의 어머니가 결혼 기념 초상화를 그릴 때 더 밝게 칠하라고 하고, 샬롯은 원래 내 피부보다 밝다고 더 진하게 칠하라고 서로 기싸움 하는 장면이 나오죠. 그리고 샬롯 여왕과 자녀들이 초상화를 그리다가 뛰쳐 나가지만 화가가 계속 그리는 장면도 나옵니다. 초상화도 현대 뽀샵처럼 어느정도 주작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영국에서 흑인 여왕은 아마 드라마적 상상일 가능성이 큽니다. 사회 통합을 위한 '대실험'이라고 하면서 드라마와 실제 역사를 잘 연결한 거죠.
브리저튼 외전 재밌는 부분
레이디 댄버리 샬럿여왕 우정
레이디 댄버리와 샬럿 여왕이 오랫동안 우정을 유지하게 된 서사를 외전에서 잘 보여줍니다. 레이디 댄버리는 시즌1 때부터 여왕의 은혜로 '우리 같은' 사람들이 지금처럼 살 수 있다고 여러번 말하는데요. 샬롯여왕이 허니문 기간에 레이디 댄버리를 믿을 만한 딱 한 사람(one trust)으로 꼽았고(이 부분 번역이 개떡같이 되어 있서 짜증났습니다.) 레이디 댄버리를 왕궁에 부르기도 하고, 샬롯이 임신했을 때 레이디 댄버리 집으로 도피하기도 하는 등 둘의 우정을 키우는 부분도 나옵니다. 레이디 댄버리가 샬롯의 비밀을 지켜주기 위해서 조지 어머니와 협상할 때도 입을 잘 다물고 있죠.
과거 불륜
레이디 댄버리의 과거 불륜이야기 나와서 개인적으로 놀랐는데요. 애거사가 늙은 남편과 3살 때부터 결혼할 운명이었다고 하며, 댄버리 경에게 딱 맞는 여자로 길러졌다고 하죠. 댄버리 경이 복상사로 죽게 되면서 레이디 댄버리는 행복해합니다. 새로운 시작을 한다고 하면서 자유롭게 살려고 하고, 레이디 브리저튼의 아버지인 레저경과 바람을 피우게 됩니다. 하지만 당연히 하룻밤 불장난으로 끝났고, 정말 완벽해보이는 샬롯 왕비의 오빠가 청혼을 했는데도 거절합니다. 미망인에게 청혼하는 게 당시에 흔한 일이었을지 개인적으로 궁금하네요. (젊은 레이디 댄버리 역할을 맡은 배우 아세마 토마스가 정말 아름다워서 이해 쌉가능) 청혼을 거절하는 장면을 보고 유부남인 레저경을 사랑해서 그럴 거라고 클리셰적으로 추측했는데요. 사실은 더 이상 다른 남자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거절한 것이었습니다. 아무하고도 결혼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비혼주의를 선언하죠. 샬롯 여왕의 오빠와 결혼하면 평생 편하게 살 수 있는데도 자기 자신으로 살고 싶어서 거절한 겁니다. 그게 여성 주체적인 서사를 잘 보여준 것 같아 굉장히 마음에 들더라구요.
젊은 레이디 댄버리 성격
젊은 시절의 레이디 댄버리는 개방적이고 당찬 성격으로 나오는데요. 조지3세의 어머니가 허락도 안 했는데 냅다 흑인 주최의 첫 무도회 열어버리고, 자기 4살 된 아들을 '댄버리 경'으로 부르며 조지 어머니와 기싸움하는 것도 재밌는 부분이었습니다. 깐깐해보이는 조지 왕의 어머니와 협상이 잘 안 되자,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는데요. 그때 조지왕의 어머니가 자신의 과거 아픔을 이야기 하며, 이딴 일로 울면 안 된다. 더 강해지라면서 애거사를 다독이는 부분도 애거사가 재혼을 하지 않는 것에 영향을 주었다고 봅니다.
게이커플 등장
브리저튼에서 꾸준히 등장하는 게 게이커플입니다. 시즌 1에서는 다소 비밀스럽게 등장했었는데요. 외전에서 아예 대놓고 서사를 보여주더라구요. 바로 샬롯여왕의 최측근인 브림즐리와 조지왕의 측근인 레이놀즈입니다. 거의 다 귀족들 이야기인데, 신하들을 서브커플로 잡는 것도 신선한 재미였습니다. 추운데 몸 녹이러 갈래? 라든지, 기수(말타는 사람) 바꾼 거냐? 이런 식으로 은유하는 부분이 재밌더라구요. 브림즐리와 레이놀즈가 욕조에서 함께 목욕하는 장면에서 샬롯여왕과 조지왕이 헤어지지 않을 것 같다고 하면서, 그럼 자기들도 그분들을 계속 모시면서 함께 늙어가면 되겠다는 장면이 뭉클했습니다. 현재로 돌아와서 샬롯여왕이 브림즐리에게 가족 없냐고 물어보는데, 브림즐리가 그런 것은 없고 저는 여왕님만 보위한다고 말하죠. 그 부분이 굉장히 쓸쓸하게 느껴졌습니다. 왜냐하면 6화에서 젊은 브림즐리가 레이놀즈와 춤추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장면이 바뀌면서 늙은 브림즐리가 혼자서 무반주로 춤추죠. 이 장면을 보면 레이놀즈는 먼저 세상을 떠난 것으로 추측됩니다. 젊은 시절 브림즐리 역할을 맡은 배우는 샘 클레메트, 레이놀즈 역할을 맡은 배우는 프레디 데니스입니다.
브리저튼 외전 감동적인 부분
1. 샬롯왕비와 조지왕의 오랜 사랑
샬롯왕비와 조지왕이 15명의 자녀를 낳을 만큼 오랫동안 뜨겁게 사랑했다는 부분이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특히 6화 마지막 씬에서 샬롯 왕비가 조지의 침대 밑에 들어가는 장면에서 많이 울었는데요. 샬롯 왕비가 조지를 포기하지 않고 조지한테 달래고, 맞춰주고, 조지가 좋아하는 것 계속 하게 해주는 장면이 정말 울컥하더라구요. 정신과 의사의 말도 안되는 치료에서 샬롯이 조지를 구해주면서 미친 사람은 미친 대로 살게 하겠다고 하죠. 사실 시즌1과 시즌2에서는 샬롯이 조지를 귀찮아하고, 숨기고 싶어하는 모습으로 연출이 되었는데요. 외전에서는 샬롯이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조지 죽었는지 확인해보고 오라고 하고, 며느리와 후계자가 죽어서 의사가 찾아왔을 때도 조지가 죽어서 온 거냐고, 계속 불안해 하는 모습에서 누구보다 조지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단 걸 잘 표현했다고 봅니다.
2. 흑인과 여성 위주 서사 강조
흑인+백인 커플들
브리저튼은 모든 시즌의 메인커플이 흑인(유색인종)과 백인의 결합으로 나옵니다. 원작 소설은 역사 그대로 백인 귀족의 이야기만 쓰였다고 하는데요. 만약 원작 그대로 드라마도 만들었다면 이렇게까지 흥행할 수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즌1에서 다프네와 사이먼, 시즌2에서 앤소니와 케이트, 그리고 외전에서 샬롯과 조지까지 전부 흑인과 백인 커플이 사랑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사실 어떤 영화를 봐도 이렇게까지 다른 인종간의 사랑이 절절하게 느껴진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넷플릭스니까 아마 연출에 더 자유로움이 있었지 않을까 싶습니다.
흑인 귀족
흑인 귀족을 너무 잘 표현했는데요. 특히 사이먼의 어린시절 모습을 보여주며, 똘망한 흑인 어린이가 귀티나는 옷을 입고 마차 타고 가는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런 장면이 사람들에게 인식 변화를 많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지금까지 흑인은 노예의 모습, 하녀의 모습으로만 묘사가 되어 왔잖아요. 아무리 허구인 드라마라고 해도 우리가 눈으로 보고 나면 그걸 진짜라고 믿거나 자연스럽다고 여기게 됩니다. 브리저튼에서 드레스나 액세서리를 흑인 배우들에게 잘 어울리는 색으로 코디를 한 것도 신경을 많이 쓴 부분 같아요.
샬롯여왕이 일명 '굿헤어'를 하지 않고 풍성한 흑인 머리 위에 왕관을 쓴 모습을 포스터를 찍은 게 신의 한수였다고 생각합니다. 전혀 이질감 없이 잘 어울리고 아름답습니다. 실제로 역사속에 흑인 여왕이 있었다면 이런 위엄과 아름다움을 보여주었겠죠. 대리만족을 충분히 주고도 남는 드라마입니다.
여성 중심 서사
흑인 샬롯 여왕이 백인 조지왕을 이끌고, 왕과 왕비는 하나라고 말하며 결국 여왕 위주의 통치를 하게 되는 부분에서 시즌1, 2에 이어 여성을 부각시키는 서사입니다. 6화 마지막에서 샬롯 여왕의 둘째 아들이 드디어 후계자를 갖게 되었죠. 그런데 그 아기가 딸인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하는데도 "The girl is wonderful." 이라면서 강인한 여왕(strong queen)이 필요했다고 대답하는 부분이 시청자를 안심시키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아기는 나중에 빅토리아 여왕(1819년 5월 24일 ~ 1901년 1월 22일)이 된다고 하니, 실제 역사와 이어지게 되어 브리저튼에 더 과몰입하게 되네요. 시즌2에서 케이트가 말을 타거나 과격한 운동을 즐기는 부분, 그리고 엘로이즈가 남성에게 종속되는 삶을 격렬하게 싫어하고 사교계 진출을 하지 않는 장면이 있었죠. 외전에서 샬롯이 코르셋에 찔려 죽어버리겠다고 샬롯의 오빠를 반협박하는 것도 나옵니다. 그때 당시 여성들이 느꼈을 답답함이 꾸준히 표현되는 것도 프로듀서와 작가의 의도를 느낄 수 있습니다.
브리저튼 외전 샬럿왕비 총평 시즌3 예상
총평
총평을 하자면 시즌 1은 클리셰 그 자체였고, 시즌2는 메인커플 케미가 너무 안 어울리기도 하고 고구마 구간이 많아서 실망했는데요. 외전은 정말 공들였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프리퀄이라 현재를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과거 스토리를 보는 거라 감동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샬롯 왕비 대사 중에 '결혼할 사람을 먼저 선택하고, 결혼 후에 사랑을 시작하고 유지하는 거'라고 얘기하는 부분이 약간 결혼 바이럴 같은 느낌이었는데요. 첫눈에 반해서 결혼을 한다는 클리셰와는 안 맞지만, 의외로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역이나 젊은 시절 배우들을 너무 찰떡으로 캐스팅 잘해서 더 몰입이 잘 되었습니다.
시즌3 예상
시즌3은 아마 레이디 브리저튼과 레이디 댄버리의 풀리지 않은 내적 갈등을 바탕으로 시작할 것 같습니다. 레이디 브리저튼이 새로운 신사를 만나는 이야기도 중심은 아니더라도 서브 이야기로 나올 것 같네요. 그리고 레이디 휘슬다운인 페넬로페 서사도 아직 남아 있구요. 시즌2에서 콜린이랑 페넬로페가 동시에 실연한 게 나오는데요. 원작이랑 다르게 이야기를 펼쳐가고 있어서 이 커플보다는 아마 새로운 배우를 캐스팅하지 않을까 싶네요. 외전에서 레이디 브리저튼의 막내 아들이 키가 많이 컸다는 얘기가 스치듯 지나가는데요. 이 막내 아들 그레고리 이야기나 히아신스가 사춘기 연애하는 얘기도 살짝 나오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브리저튼 외전인 샬롯왕비의 실화, 레이디 댄버리의 과거 불륜이야기, 게이커플 등장, 흑인과 여성 서사에 대해서 자세히 분석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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